말레이시아 직장인 일상

말레이시아 일상 #1 여기 온 지도 벌써 1년

Kim in Global 2023. 9. 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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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BPO회사에 일하러 온 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돼간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시간이 안 가던 게 왜 여기선 하루하루가 빨리 가는 거 같은가. 시간이 흐른 만큼 나는 성장하고 있을까를 반추하는 새벽시간. 내가 일하는 회사에 프로젝트는 3교대 근무를 하고 현재 나이트 시간대 일하면서 평소 낮 시간에는 하지 않을 별의별 생각을 간직한 채 시간이 흐르고 있다. 원래 나이트로 일하면 퇴근 후 바로 집으로 달려가 잠을 청하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신체 리듬이 BPO에 맞춰졌는지 아니면 정신적으로 수면 욕구를 다스릴 수 있게 된 건지 요즘은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는다. 일하는 환경에 따라 조금 본능적으로 변한 거 같다. 오늘은 퇴근 후면 아침 7시 30이다. 산책 좀 하다가 해 뜨는 걸 보다가 들어갈까 생각한다. 최근에 이사를 마쳐서 완전히 독립한 시점에서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이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집에서 보낼 수 있다는 만족스러운 생각에 여유도 따라오는가 싶다. 여기 말레이시아에 막 일하러 왔을 때는 집을 구할 때 막연하게 그냥 잠만 자는 곳이라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더 돈을 아끼고자 하우스메이트들을 구하며 월 33만 원 주고 Room에서 살았다. 돈은 확실히 아낄 수 있었지만 아예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1년을 보내는 건 여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지금은 월 66만 원에 신식 콘도에 살면서 평화롭고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돈 안 쓰려고 지독하게 해외살이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이왕 해외살이 하는데 누릴 수 있는 거 누리고 살자는 생각이 번뜩 들면서 다음 거주할 집은 조용할 만한 공간을 찾아 계약을 했다. 돈이 아깝지 않다. 추후에 내가 사는 콘도를 포스팅해 보면 재밌겠다.

 

요즘은 새로운 공간에 어울리는 조리 기구를 하나둘씩 사면서 집밥해 먹는 재미에 빠졌다. 이전에 하우스 메이트들이랑 살았을 때는 요리 시간도 눈치 봐가면서 했기 때문에 대부분을 밖에서 사 먹거나 배달음식으로 때웠던 걸 생각하면 현재 집밥을 해먹는 순간순간이 소중해진다.

 

내 자취 공간을 깨끗하고 깔끔하게 가꾸는 것도 재밌다. 얼마 전에 집 근처 몰에서 식물 플리마켓이 열려서 조그만 선인장 몇 개를 사들고 왔다. 화장실에 하나 두고 거실 책상에 하나 두고 주방 벽에 하나 걸어두니까 사람 사는 공간 같아 기분이 좋다. 내가 사는 콘도가 아무리 신축이라고 해도 말레이시아라는 동남아 특성상 벌레를 무시할 수 없다. 전에 살던 곳에서 바퀴벌레를 너무 많이 봐서 여기 지금 사는 곳은 벌래 걱정 없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청소를 매일 한다. 집밥 만들기에 빠졌다고 했는데 요리를 하고 나면 반드시 알코올 스프레이로 요리한 공간의 바닥까지 닦아둔다. 하수구를 통해 벌레가 이동할 거를 고려해서 일하는 시간이랑 잠자는 시간 동안은 하수구를 실리콘 덮개로 막아둔다. 최근에 산 밥솥이랑 미니 오븐으로 여러 가지 해먹으려고 갖가지 음식재료랑 향신료를 사고 있다.. 사면서 느낀 점은 이전에 사 먹었던 거랑 가격이 별 차이 없다는 거.. 말레이시아의 음식 문화와 가격이 그만큼 경쟁력 있다는 거지...

 

이전에 하우스메이트들과 살았을 때는 집에 있는 시간 자체가 스트레스여서 밖에 많이 나돌아 다녔다. 근데 지금은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가뜩이나 내면에서 에너지를 얻는 I형인데 더욱 I 가 돼가는 기분이다.

 

더 똑똑해지고 당당하게 내 삶을 살아가는 내가 되고 싶다.